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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를 읽고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 선생님들은 항상 미국을 크고 강한 나라로 비유했다. 지금도 미국은 정치, 사회, 문화, 군사적인 면에서 세계 최강대국으로 손 꼽힌다. 그저 잘 살고 부유한 나라 중 하나라기 보다 미국은 과거 로마 제국과 비견될 만큼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런 미국도 지금의 영광을 누리기까지 수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역경과 고난을 겪지 않은 국가, 민족이 어디 있겠냐 만은 미국이 겪었던 대공황은 언제나 어려움의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대공황 시기에 미국 농촌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이 책은 특히 작가가 겪었던 어려운 성장환경이 밑거름이 되어 탄생된 책이다.

 


 
저자 존 스타인벡은 농촌에서 태어나 명문대인 스탠포드 대학에 들어갔다. 하지만 집안 형편이 어려워 결국 중퇴했다. 이후 신문사에 기자로 취업했으나 여기에서 해고를 당하고 결국에 일용직 노동자가 되었다. 자신이 겪었던 어려움을 바탕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한 존 스타인벡은 후에 퓰리처상과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에덴의 동쪽’과 더불어 이 책은 존 스타인벡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수 년 간 이어진 가뭄으로 지주들은 땅을 은행에 넘겨 버린다. 그리고 농지에서 일하던 사람들을 몰아내고 그 자리를 기계가 대체했다. 일자리를 잃은 수 많은 농민들은 서부에 가면 일자리도 많고, 풍족하게 살 수 있다는 소문을 듣고 모두 거기로 향한다. 오랫동안 살아온 삶의 터전을 버리고 그곳에 가기까지 적잖은 어려움이 예상됐다.
 


캘리포니아에는 이미 이런 소문을 듣고 모여든 사람들로 넘쳐났다. 노동력이 넘쳐나니 자연스레 고용주들은 임금을 깎을 수 있었다. 결국 한 식구를 먹여 살리기에도 부족한 돈을 받으며, 온갖 노동착취를 당하며 주인공 가족들은 살아간다. 여기에 수 많은 사람이 몰렸기에 식수 문제며 각종 치안 문제도 발생한다. 이런 모습은 소설을 이끌어 가기 위해 작가가 임의로 부여한 장면은 아니다. 대공황 시기에 일자리를 잃은 수 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것이다.
 
주인공 가족이 겪었던 어려움은 우리나라가 한참 산업화 물결을 타고 있을 때, 우리 아버지 세대들이 겪은 일과 비슷하다. 초등학교 때에는 미국은 강대국이기에 이런 어려움을 겪지 않았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들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그들이 겪었던 자본주의와 산업화의 폐해를 우리나라가 30~40년 후에 겪은 것이 아닌가 싶다.

 

자본주의의 폐해를 고스란히 보여줬다고 해서 한 때 금서로까지 지정 받았던 이 책으로 존 스타인벡은 1940년에 퓰리처상을 받았다. 책을 읽어보면 이런 상이 하나도 아깝지 않다고 여겨질 만 하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다고 해서 감동을 준다기 보다 독자의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이다. 충분히 소장해서 두고두고 읽어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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