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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와 아파트

 

 

우리나라에는 정말 문화재가 많다. 아쉽게 약탈 당하거나 화재로 유실 당한 문화재도 많지만 그래도 항상 개발구역에서 출토되는 유물이 많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보통 아파트나 역사, 공장 등 규모가 큰 건물 부지를 다듬는 과정에서 이 같은 유물이 많이 발견된다고 한다. 이는 상당한 복이라 할 수 있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문화재가 계속해서 출토되니 얼마나 큰 복인가?
 


그러나 공장이나 아파트를 건설하는 개발자 입장에서는 이 같은 문화재 출토가 달갑지 않을 수 있다. 개발을 하고 완전한 형태로 소비가 되어야 수익이 창출되는데 공사 도중 유물이 출토된다면 공사가 중지된다고 한다. 관계당국의 허가가 있기 전까지 공사를 재개할 수 없는 것이다. 이를 어기는 행위는 당연히 위법이다. 공사나 개발보다 관련 지대를 조사하고, 유물을 훼손하지 않고 회수하는 조치가 우선이다.
 
최근엔 영주댐 예정지에서 고려시대의 유물이 출토되었다. 고려시대 불교 문화를 알 수 있는 공양구를 비롯해 보물급이라고 한다. 이쯤에서 생각해 볼 점은 공사를 언제 재개하느냐이다. 물론 관련 유물을 모두 회수한 뒤 공사를 재개하면 간단한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를 두고 대립과 갈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 즉 영주댐뿐 만 아니라 당장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각종 기반 시설을 확충하는 시점에서 문화재가 나왔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관련 공사를 중단하고 유적지를 복원해야 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 우리의 정신과 뿌리를 바로 알 수 있는 그 장소에서 공사를 재개한다면 법으로 제지하기도 전에 스스로 우리 조상을 부정하는 꼴이다. 반대로 어렵게 선정한 부지에서 문화재가 출토돼 공사가 중단된다면 여기에 투자를 했거나 이 곳을 통해 혜택을 누리려던 사람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

 


 
흔히 가치판단이 필요한 문제라고 여겨지는 많은 일들이 이러한 딜레마를 안고 있다. 어느 누구 하나 소중하지 않은 사람이 없기에 찬성을 하는 사람도, 반대를 하는 사람도 누구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이를 명확히 해주는 근거가 바로 법이며, 법을 어겼을 때에는 시시비비를 가려 권리를 회복시켜준다. 솔직히 문화재와 유물이 우선이라고 생각했던 적도 많지만 내가 그러한 개발을 책임지는 사람이라면 적절한 조치 이후에 개발이 재개되길 바랄 것이다.
 
이를 가장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제도적 장치의 확립이다. 너무 행정적인 처분만 기다리게 될 수도 있지만 적어도 객관적인 3자가 나서 적절한 타협안을 마련해줘야 한다. 국가의 행정력과 공권력은 바로 이렇게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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