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배트맨 비긴즈’를 보고
어두침침한 배경에서 시종일관 긴장감을 조성하며 진행되는 영화가 있다. 정의는 항상 승리하지만 이제는 이런 공식도 단순하게 흘러가 않는 모양이다. 베트맨 비긴즈를 보면 정의가 탄생하고, 그것을 지켜나가기 위해서 주인공이 얼마나 힘들어 비참한 순간을 보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특히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새롭게 손을 댄 배트맨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다.
브루스 웨인은 어렸을 적 부모가 길거리에서 피살되는 장면을 눈 앞에서 목격한다. 이 때문에 분노와 죄의식은 항상 그를 괴롭혔고, 성정하는 과정에서 악을 물리치겠다는 결심을 한다. 겉으로 보기엔 막대한 예산을 물려받은 상속자에 지나지 않지만 그가 보여주는 이러한 화려함은 어디까지나 정의를 바로 세우겠다는 그의 결심을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끔 가려주는 가림막에 불과하다.
브루스 웨인은 정신과 육체를 단련하며 강해지는 법을 배운다. 그러나 자신에게 이러한 수련법을 알려준 집단의 철학과 자신이 걷는 길이 다르다는 생각을 한 뒤 고담시에 돌아온다. 악의 도시로 그려진 고담시는 정의와는 거리가 먼 곳이다. 이 곳에서 과학 전문가를 만나면서 브루스 웨인은 점점 베트맨으로 변신을 시도한다.
이처럼 영화는 배트맨이 어떤 성장환경을 거쳤고, 어떤 식으로 진정한 배트맨이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영웅이란 단순히 시대가 원해서 만들어진 대상이 아니라 아픔을 품고 있는 사람이 그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몸부림 칠 때 탄생한다는 진리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렇게 개인적인 아픔을 사회에 정의를 불러옴으로써 치유해 나가는 모습에 관객들 모두 숨죽이고 바라보았다.
영화는 시종일관 긴장감에 젖어 있다. 그러나 절대로 관객을 괴롭히지 않는다. 단순히 주인공이 승리한다는 공식을 펼쳐주는 것이 아니다. 평범한 삶 속에서도 얼마든지 영웅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온 관객에게 일깨운다. 그래서인지 배트맨 비긴즈는 여러 영웅 영화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내포하고 있다.
무엇보다 영화의 배경음악은 동양적 색채와 오케스트라의 웅장함이 절묘하게 섞여 있어 배트맨의 모습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를 보고 따로 음악을 찾아 보았을 정도였다. 질릴 만큼 봤어도 결코 질리지 않는 영화다. 새로운 영웅을 보고 싶다면 정말 추천한다.